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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산물, 유통이 승부처였다

  • 관리자
  • 2004-11-22 09:59:48
"공판장 8곳 운영해 연 15억원 수익… 대형 직판장 확장시켜 수출확대 위해 노려할 것"




“농협의 수익이 농민들에게 돌아가지 않으니까 문제가 생기는 겁니다. 지역 농협이 신용사업에만

몰두를 하다보니 당연히 농민들 입장에서는 불만이 생기죠. 신용사업에서 번 돈을 농협의 주인인

농민들에게 다시 투자를 하면 문제될 것이 없습니다.”




대전원예농업협동조합의 김의영(52) 조합장은 최근 들어 문제가 되고 있는 농협을 둘러싼

분쟁에 대해 소신을 밝혔다. “농협이 농민들을 위한 경제사업에서 수익이 나지 않는다고 해서

외면하다보니 결국 농민들이 등을 돌리게 됐다”는 것이 그의 분석이다.




그동안 물밑에 잠겨 있던 농협에 대한 불만이 본격적으로 튀어나오기 시작한 것은 올해 초.

장천농협(경북 구미), 교하농협(경기도 파주)이 조합원인 농민들의 반발로 문을 닫는 사태가 벌어졌다.

올해 국회 국정감사에서는 농협중앙회 간부들이 받고 있는 수억원의 고액연봉이 도마에 올랐다.

쌀 시장 개방을 앞두고 농업 개혁을 주도해야할 농협이 개혁의 대상으로 떠오른 것이다. 농민들은

농협이 돈벌이에만 급급할 뿐더러, 제 주머니 채우기에 정신이 없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농협에 대한 농민들의 비난 여론이 거세지는 와중에도 대전원예농협은 올해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

지난 2월에는 전국 품목농협 종합업적 평가에서 최우수상을 수상했고, 3월에는 농산물 유통

개혁 대상을 받아 전국 최고의 농협으로 평가를 받았다. 이처럼 대전원예농협이 좋은 평가를

받은 데에는 김의영 조합장의 공이 절대적이었다. 김 조합장은 “조합원이 주인이라는 원칙 아래

상식적인 일을 한 것뿐인데 상복(賞福)까지 따라 왔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현재 농협이

다시 농민들의 신뢰를 되찾기 위해서는 인식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공판장은 수익 나지 않아도 운영해야


“이제 농촌도 영농(營農)이 아니라 상농(商農)으로 바뀌어야 합니다. 지금까지 농협은 농민들이

좋은 작물을 재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데에만 자원을 투자했습니다. 하지만 이제는 정성들여

재배한 농작물을 어떻게 제 값을 받고 팔 것인가, 어떻게 수익을 극대화 할 것인가에 눈을

돌려야 할 시점입니다. 이러한 변화를 위해서는 지역 농협의 역할이 절대적입니다.”




1990년 2월 김 조합장이 부임하기 전 대전원예농협도 직원수 11명에 불과한 지역의 영세한

농협에 지나지 않았다. 그러나 불과 38살의 나이에 농협조합장으로 부임한 김 조합장은 저돌적으로

농협을 키워나가기 시작했다. 우선 농작물의 판로를 확실하게 개척하기 위해 자체적인 유통망

확보에 나섰다.




1998년에는 타임월드 농산물 직영판매장도 개설했고, 농협 직영의 공판장을 확보해 나가기 시작했다.

그 결과 지금까지 대전원예농협에서 운영하고 있는 농산물 공판장은 대전 노은동 공판장,

석교동 공판장 등 8개. 대전 지역에서 가장 큰 규모의 유통망이다. 농협 직원도 130명에 달

할 정도로 규모가 커졌다. 농협과 계약한 중·도매인도 100명까지 확보해 확실한 판로를 만들어 놓았다.




“지역 농협 입장에서 공판장은 매력이 없는 아이템입니다. 공판장의 수익을 최소화해야지

농민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이 커지기 때문이죠. 돈이 안되니까 지역 농협에서도 공판장을 줄이고

있는 추세이지만, 우리 농협은 오히려 늘리고 있습니다. 판로가 없이 농민들에게 무조건 열심히

농사를 지으라고 하는 것은 무책임한 행동이죠.”




김 조합장이 이처럼 공판장을 통한 유통구조 혁신에 투자를 할 수 있었던 것은 대전원예농협이

대전이라는 대도시를 상권으로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 있었기 때문이다. 농협의 조합원들은

대전, 금산, 논산 등으로 흩어져 있지만, 대전원예농협이 시장으로 확보할 수 있는 대전은

인구 140만의 큰 시장이었다. 김 조합장은 이 두 지역을 잘만 연결하면 서로 공생할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을 하고 공판장을 확장시켜 나가기 시작했다.




그러나 대전원예농협이 유통망을 확장해 나가면서 항상 성공만 한 것은 아니다. 조합원들이

생산한 오이를 일본에 수출하기 위해 들고나갔지만, 마침 일본에 오이 풍년이 드는 바람에 제

값을 받지 못해 손해를 본 적이 있다. 또 싱싱한 포도를 일본 검역소에서 일주일씩 묵혀두고

검역을 연기하는 바람에 썩어가는 포도를 보며 속을 태우기도 했다. 김 조합장은 “매번 성공

할 수는 없지만 우리 농협은 실패를 통해 많은 것을 배웠다”면서 “앞으로는 지역의 소규모

유통망에서 벗어나 대형 직판장을 확장시키고, 수출 확대를 위해서도 계속 투자를 해 나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대전원예농협이 이처럼 농산물의 판로개척을 위해 공격적으로 나설 수 있었던 데에는 신용사업의

규모도 뒷받침됐기 때문이다. 지난 3월 대전원예농협의 예수금 2000억원, 4월에는 대출금

1500억원이 넘어섰다. 지난해 당기 순이익은 15억원을 기록했다. 그렇다고 조합원을 상대로

높은 예대마진을 챙겨 매출을 올린 것은 아니라는 것이 김 조합장의 설명이다. 그는 “일부

농협이 농민들을 상대로 돈놀이를 한다고 비판을 받는 것은 조합원들에게 비조합원과 마찬가지로

높은 금리 차익을 노리기 때문”이라면서 “비조합원에 비해 조합원에게 낮은 금리를 적용하고,

전업농가에 대해 대출을 늘리는 것은 농업 신용사업 부문의 상식”이라고 말했다.




1000여명 건강검진… 조기암 6명 발견


김 조합장은 신용사업 부문에서 수익을 농민들에게 환원할 수 있는 다양한 아이디어를 고안해 냈다.

일단 농사에 필요한 자재를 매입가격 이하로 농민들에게 팔도록 했고, 과학적인 영농방식을

도입하기 위해 원예지도사도 자체 고용했다. 지난 4월에는 조합원들의 재배 품목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배 재배를 돕기 위해 ‘인공수분 꽃가루은행’도 설치했다.




그러나 농협의 사업 중 가장 좋은 반응을 얻은 것은 농업지원 분야가 아닌 조합원을 상대로

한 무료 건강검진 사업이었다. 지난 3월에 1000여명의 조합원을 상대로 실시한 건강검진에서

조기 암 증세가 있는 농민이 6명이나 발견됐다. 김 조합장은 “농민들만큼 자기 건강을 제대로

돌보지 않는 사람도 없다는 생각에 검강검진을 실시했는데 조기에 암을 발견한 것이 다행”이라고

말했다.




김 조합장은 농업 환경이 급변하고, 농민들이 처한 상황이 절박해질수록 지역 농협의 역할이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보고 있다.




“현재 우리나라 농산물 시장은 엄청난 변화의 소용돌이에 직면해 있습니다. 하지만 농민

개개인이 이러한 변화에 대처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습니다. 그러나 지역에 기반을

두고 있는 농협이 주도적으로 농민들과 함께 농업의 과학화, 농산물 유통구조의 합리화를

달성한다면 이런 위기도 충분히 극복할 수 있을 겁니다.”




출처 : 한국농촌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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