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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세화냐 유예냐 ‘실리’ 논란

  • 관리자
  • 2004-09-20 16:47:44
올해는 유엔이 식량 위기와 무기화를 우려하면서 정한 ‘쌀의 해’다. 미국·중국 등 9개국과

쌀 협상을 벌이고 있는 우리나라는 쌀 정책의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정부는 식량 안보와

쌀 개방에 대한 대비책으로 추곡수매제 폐지와 공공비축제 도입을 선언하고 있지만, 농민들의

반발은 거세다. 곡물 수출국들이 식량을 무기화하려는 데 대해 안보 차원에서 식량 자급률을

법제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쌀을 둘러싼 쟁점들을 두 차례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17일 타이와 3차 협상을 하는 등 9개국과의 쌀 협상이 몇차례씩 진행됐음에도 일부 나라가 관세화

유예 대가로 쌀 수입량을 네 배까지 늘릴 것을 요구하는 등 과도한 협상안을 고집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따라 관세화 유예의 실익이 없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에서부터 협상이 결렬되더라도

우리나라에 관세화 의무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의견에 이르기까지 쌀의 관세화 여부를 둘러싼

논란이 본격화하고 있다.

  

특히 오는 21일 국회 농림해양수산위원회에서는 위원회 소속 의원들과 정부 협상단, 관련 학자·

변호사 등이 모여 ‘쌀 재협상에 관한 토론회’를 열고, 쌀 협상 시한과 관세화 의무 발생에 대한

해석을 비롯한 쌀 협상 전략을 집중적으로 논의할 예정이어서 주목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1994년 맺은 우루과이라운드 농업협정문 부속서 5에 따라 올해 안에 쌀의 관세화

유예 연장을 위한 이해 당사국들과의 협상을 마무리지어야 한다. 미국·중국 등 일부 참가국들은

3~4차례 진행된 협상에서 최소시장접근(MMA) 물량의 확대뿐만 아니라 다양한 품목과 상당한

물량의 수입을 요구하는가 하면, 심지어 검역방식까지 거론하는 등 우리가 받아들이기 어려운

요구를 쏟아내고 있다.

  

윤장배 농림부 국제농업국장은 지난 14일 중국과의 4차 협상 뒤 “여전히 중국은 우리가 받아

들이기에는 너무 많은 의무수입 물량을 요구하고 있다”며 “협상의 여지가 없는 것은 아니지만

정부가 애초 생각했던 것보다 만만치 않다”고 말했다. 그는 “솔직히 관세화를 하자는 사회적

여론이 형성되면 차라리 협상하기가 쉽겠다”고까지 털어놓았다.

  

이런 상황에서 관세화와 관세화 유예의 실리를 따져봐야 하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농림부의 한 고위간부는 “연말까지 협상국과의 견해차가 좁혀지지 않으면 쌀의 관세화 전환

여부를 놓고 농민을 비롯해 국민에게 의견을 물을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쌀 협상을 둘러싼

고민에서 온 국민이 자유롭지 않은 상황이 다가오고 있는 셈이다.



관세화쪽 “유예해도 의무수입량 크게늘어 그게그거”

유예쪽 “고율관세 어려워 외국산 대거유입 불보듯”

  

관세화와 관세화 유예 동등성=지난해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올해의 쌀 협상을 전망하면서

“협상국들이 유예를 조건으로 요구하는 시장접근 물량 확대가 관세화 전환 때 예상되는

수입물량과 유사한 수준이 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았다.



농경연은 일본과 대만의 쌀 관세화 유예 경험을 기초로 관세화 유예 연장의 대가를 추산할 경우

최소 국내 소비량의 3% 정도가 될 것으로 봤다. 여기에다 당시 도하개발의제 협상 초안에 따른

관세 할당치 5%를 더하면 우리가 외국에서 의무적으로 수입해야 하는 쌀(MMA)은 국내 소비량의

8% 정도에 이른다. 쌀을 관세화할 경우에도 2010년 의무수입량(개도국 지위 유지 때)이 37만3천t으로,

기준연도(1999년~2001년) 평균 국내 소비량의 8.2%에 이르러, 관세화가 국내 쌀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관세화 유예와 ‘동등’한 수준에 이를 것이라는 것이 농경연의 분석이었다.

  

그러나 실제 주요 협상국들이 요구하는 쌀 시장 개방 수준은 농경연이 예상했던 범위를 훨씬

뛰어넘고 있다.

  

여기에 도하개발의제 협상 지연과 국제 쌀가격 상승 등 여건 변화도 관세화 실리론에 힘을

실어주고 있다. 서진교 농촌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이전 관세화와 관세화 유예의 동등성 분석에서는

국제 쌀 가격을 낮게 잡아 협상의 마지노선이 7~8% 정도였지만, 당분간 국제 쌀 가격이 급락할

우려가 없기 때문에 지금은 더 낮아졌다고 봐야 한다”고 말했다. 의무 수입량을 7~8% 이상으로

늘리는 관세화 유예는 실익이 없다는 얘기다. 그는 유예 기간도 잘 따져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도하개발의제 협상이 미뤄져 일러야 2007~2008년께나 이행에 들어가기 때문에 5년 정도 관세화를

유예받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분석이다. 의제 이행 때까지는 관세 감축을 하지 않아도 되고,

관세할당을 늘려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서 연구위원은 “관세화 경우에도 특별세이프가드(SSG)를 발동하면 관세율에 3분의 1을 높일

수 있기 때문에 국제가격 6~7배 수준의 고율관세를 매길 수 있다”며 “이런 관세를 뚫고 들어올

쌀은 거의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관세화의 위험성=그러나 관세화 실리론도 현실적이지 않기는 마찬가지라는 지적도 많다. 윤석원

중앙대 교수(산업경제학과)는 “한국에서 주로 소비하는 자포니카쌀의 국제 가격이 앞으로 어떻게

될지 매우 불안정하고, 환율도 어떻게 될지 모르는 상황에서 동등성 문제를 쉽게 거론하는 것은

무리”라며 “관세가 가령 400%면 들어오고 500%면 안 들어온다고 보는 것은 국제시장 구조와

큰 곡물업체의 상술 등을 이해하지 못하는 데서 오는 순진한 발상”이라고 말했다. 윤 교수는

또 “관세화율은 우루과이라운드 농업협정문에 따라 86~88년도의 국내와 국제 쌀 가격 차이를

근거로 관세를 매기도록 돼 있어 당시 상황을 고려하면 우리가 일본처럼 높은 관세를 부과하기는

어렵다”고 지적했다. 박진도 충남대 교수(경제학과)도 “특별 세이프가드 발동은 까다로운 조건이

붙기 때문에 경제적으로 유리할 것이냐는 따져봐야 할 일”이라고 말했다.

  

관세화 반대 진영은 특히 관세화로 외국쌀이 대거 수입될 경우 농민들의 영농의지가 공황상태에

빠지고, 논농업 포기가 잇따라 장기적으로 농사지을 사람이 없어지고 농촌이 피폐해질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실제로 정부가 지난달 말까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FTA) 대책으로 과수원 폐원

신청을 받은 결과 예상보다 8배가 많은 농민들이 신청했다.

  

서정의 한국농업경영인 중앙연합회 회장은 “벼농사가 붕괴할 경우 발생할 환경 파괴,

도시빈민 폭증에 따른 사회적 비용도 생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홍수 열린우리당 의원은 “다시 관세화 유예를 해도 기한이 끝나면 지금과 똑같은 상황이 벌어질

것이고, 관세화를 하면 농민들 고통은 상상을 뛰어넘을 것”이라며 “중요한 것은 정부가 농업을 살릴

것인지 철저하게 자유시장 논리에 맡길 것인지를 결정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출처 : 한국농촌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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