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쌀 협상, 실리 추구하자

  • 관리자
  • 2004-05-24 10:18:13
지난 93년 12월 타결된 우루과이라운드(UR) 협상 결과 회원국들은 국제 가격과 국내 가격의

차이만큼 관세를 부과하는 조건으로 농산물 시장을 개방하고 관세 수준을 순차적으로 낮추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우리나라 쌀의 경우 중요성과 어려운 상황을 인정받아 수출국으로부터 일정량의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95년 5만1000t에서 시작, 2004년 종료 시점에 20만5000t을 수입)한다는

조건 아래 UR의 기본원칙인 ‘예외없는 관세화’를 2004년까지 10년 동안 특별하게 유예받았다.


올해 유예기간이 만료되므로 우리나라는 UR 농업협정문 부속서 5의 규정에 따라 2005년부터

의무적으로 관세화 또는 관세화 유예를 선택해야 한다. 우리나라가 지난 1월 협상 개시 의사를

통보한 이후 미국·중국·태국·호주 등 9개국이 협상 참가 의사를 표시해 왔다. 이들 나라와의 양자

협상은 5월부터 본격적으로 진행되고 있으며, 9월말까지 모든 양자 협상의 합의 결과를

세계무역기구(WTO)에 통보해야 한다.


정부는 쌀 협상에서 관세화 유예 조건이 우리에게 최대한 유리하도록 최선을 다하는 한편, 국내

쌀 산업에 대한 영향을 최소화한다는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관세화 유예와 관세화 모두 장

단점이 있어 ‘실사구시(實事求是)’의 차원에서 실리를 확보하는 방향으로 협상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관세화 유예 때에는 합의된 의무 수입량만을 수입하면 되므로 연도별 쌀 수입의 예측이 쉬운

반면 유예 대가로 의무 수입량 증량, 민간 수입 허용 등 상대방의 지나친 요구에 직면할 가능성이 있다.

또, 유예 기간중 관세 감축이 없으나 언젠가 맞이하게 될 관세화 단계에서 그때까지의 스케줄을

반영한 감축률을 한꺼번에 적용받게 되므로 장기적으로 조정 비용이 클 것이다.


반면, 관세화 때에는 높은 수준의 관세를 부과할 수 있고 지나친 의무 수입량 증량은 피할 수

있겠지만 국제 가격 변동에 따라 국내 시장의 불안정성이 커질 수 있다. 관세화 유예로 결정되든,

또는 관세화로 결정되든 간에 UR 농업협정문 부속서 5의 규정을 보면 쌀 수입량은 더 늘어날

전망이다.


쌀 협상에서 관세화 유예를 연장 받으려면 이해당사국에 ‘추가적이고 수용 가능한’ 양허를 제공해야,

즉 2004년의 20만4000t보다 최소한 더 많은 양의 쌀을 의무적으로 수입해 줘야 한다. 또, 관세화로

갈 경우에도 현행의 쌀 의무 수입량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관세 부과후 쌀 수입이 가능해지기 때문이다.


관세화가 유리한지, 아니면 관세화 유예가 유리한지의 판단은 단기적으로 볼 때 어느 경우에

국내 쌀 산업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 작은지에 따라 결정될 것이다. 관세화 유예 연장에 따라

의무 수입 물량 방식으로 국내에 유입되는 쌀 수입량의 크기가 관세화시 예상되는 쌀 수입량의

크기보다 작을 경우 관세화 유예가 유리한 방식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반대의 경우 유예화 기간 종료 때 예상되는 갑작스러운 경착륙의 위험을 감수하면서,

또한 쌀 소비량이 줄어들고 재고량이 늘어나고 있는 현실을 외면하면서 관세화 유예를 고집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협상력 극대화와 사회적 비용 최소화를 위해 정부는 물론 농민단체, 언론계, 학계 및 국회 모두가

공감대 형성에 적극 노력해야 할 것이다. 협상의 성격과 절차에 대한 정확한 사실 인식 제고

및 여론 수렴으로 협상 대안에 대한 국민적 합의 도출에 최선을 다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개방의 방식보다 더 중요한 것은 협상 이후 장기적으로 개방화·세계화의 추세에서 우리

쌀이 국제경쟁력을 가지고 생존할 수 있도록 제도적 노력을 강화해야 한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의 쌀이 가격 경쟁력에서 뒤떨어지는 것은 사실이나 고품질 안전농산물(환경)에 대한

관심은 커지고 있다. 따라서 수입 쌀과 차별화되는 국산 쌀의 고품질화 등 장기 경쟁력 강화

정책으로 개방의 파고를 넘을 수 있도록 해야 할 것이다.




이창수 /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연구위원


출처 : 한국농촌경제연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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